2022년 새해는 이미 바닥이다 [해외생활]

12월 31일에 머리를 새 단장했다. 새단장이라기보다는 거의 삭발에 가깝게 머리를 잘랐다. 아내가 극구 말리고 다른 팀원들은 반신반의했는데 잘린 머리를 보고 다들 실감을 한 것 같다. 2022년에는 좀 더 단순하게 살아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머리를 잘랐는데 그냥 팀원들에게 웃음거리를 선사한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든다. 

가게를 시작한지 거의 2달 만에 처음으로 한 3일 정도 쉬는 날이 생겼다. 이전에 하려고 했던 12월 31일의 계획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후려치는 숙소들 덕에 우리의 워크숍도 캔슬을 하고 밤 11시에 시작되는 통금 덕분에 12월 31일 밤에 정말 우리 식구들(희자, 빠블로, 토니)과 함께 조촐하지만 거창한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여유롭게 고기를 구우면서 세월아 네월아를 외치며 시간을 보냈다. 

결코 연례행사가 되고 싶지 않은 1월1일의 맥도널드 점심과 영화 관람을 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것이 2022년의 마지막을 보내야 한다면 다시는 이렇게 보내지 않으리라!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좀 더 새해를 알차게 보내고 싶다)

 

이제 출근을 하고 정리를 할 때 보니 가게의 잔고가 바닥이다. 갚아야 할 빚들이 더 많이 생겼다.  물건을 받고 난 후에 지급하지 못한 금액들이 아직 몇 개 남아있고 가게를 인수하면서 인수비용을 지불했는데 생각보다 S./1500 정도 (약 330 달러)가 더 과지출이 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자금의 밸런스가 맞지가 않다. 하나하나 나열하면 아직 상당한 금액들이 있겠지만 이미 바닥난 잔고를 들춰서 1월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이 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바닥이라도 그냥 바닥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실은 분명 바닥이겠지만 내 마음은 바닥이 아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있지만 무섭지는 않다. 무서울 일도 없고. 바닥이랑 한두번 노는 것도 아닌데 뭐 이것쯤이야 충분히 쳐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요한 것은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이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을 하기 전에 이렇게 글을 남기려고 했다. 이제 좀 더 하루를 보내는 것과 기록들을 세세하게 남기려고 한다. 당연히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2022년에 우리의 성장이 얼마나 폭발적이었는가를 기록하고 싶다. 남미에 김승호, 켈리 최가 되기 위해서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2022년에도 빚으로 시작하는 한 해가 되었다. 하지만 2023년에는 빛으로 시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이미 시작은 했다. 올해는 터다지기를 제대로 할 것이다. 돌아갈 곳도 없다. 어떻게 하다가 이곳까지 온 줄 모르겠다. 하지만 인도하시는 분이 계시기에 그냥 앞만 보고 계속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최대한 덜어낼 것들을 덜어내고 올해는 다시 한번 전진한다. 단순한 습관을 생활화해서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한 해를 만들자! 

 

보는 사람의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 얼굴을 모자이크처리.

 

얼굴을 보면 다들 힘들어 할 까봐 ㅋㅋ